[ZERO LETTER] 스킨 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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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스킨 헝거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3.10.02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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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의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따뜻한 차나 커피 한잔에 기대어 온기를 느낄 때도 있지만 차 한 잔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마 물리적인 일차적 만족이 정신적인 만족감에 못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스킨 헝거(Skin Hunger)라는 단어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 접촉의 욕구를 재해석하면서 나온 용어이다.

단순히 접촉 결핍이라는 단어로 일축해 버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이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 접촉 결핍 현상이 특히 서구 사회에서 먼저 대두된 이유가 분명 있다. 동양의 대인관계 정서의 기본에는 집단생활이나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비롯된 사람간의 정으로 통하는 정서가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그 정서의 기본이 동양과 차이가 있다. 문화적 특성상 사랑하는 이성 간의 접촉을 제외한 성인들 간의 접촉을 기피하는 문화와 분위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에 정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유년기를 지나면서 피부 접촉의 기회가 많이 상실된 것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본다. 또한 동성 간의 사회적인 접촉이나 커넥션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법 중요한 이유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접촉 결핍의 정서나 분위기에서 부족함을 충족하기 위해서 더 빨리 이성을 만나야 하고, 성급하게 사랑에 빠진 것으로 착각하는 하기도 하는데 결핍 때문에 정서적 불안감이 증가된 결과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런데 친밀함이나 건전한 애정 표현으로서의 직접 접촉을 연습하지 못하고 이성 간에만 접촉을 시도하다 보니 ‘스킨쉽=이성간의 성적 관계’로 좁혀져 다른 접촉의 기회는 또 점점 차단당하고 사회적 분위기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우리 업무의 특징으로 살펴보자면 보철물 제작 과정 중 연계 과정에서 직접 피부 접촉의 의미나 필요성이 있던 시기에서 점차 차단의 분위기가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핸드메이드 작업 위주의 치과보철물 제작을 할 때, 모델 제작 과정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소위 ‘박스이동’ 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전 단계, 다음 단계 순으로 전달이 되는 상황이 일반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앞에 제작하는 치과 보철물 박스가 전달되기 전 필수 확인 내용이 구두 메시지로 전달되기도 하고, 간단한 메모로 전달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많은 부분이 이렇게 연계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치과기공소 또는 기공실 내부에 하나의 공간에서도 업무를 행하는 직장 동료들끼리 직접 대화로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넓지 않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이야기하거나 보철물제작 관련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비대면 방식의 소통이 점차 더 늘어나고 있다. 요즘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소통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주로 하는 치과보철물 제작 업무의 경우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환자 케이스 별 특이사항에 대한 내용까지 상당히 자세한 정보까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보철물 제작의 가장 기본적인 Fitting, Contact, Bite 그리고 Margin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치과 보철물 제작을 의뢰한 거래처 치과의사의 보철물 제작 과정에 대한 요청사항 등을 정말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

매우 단적인 예로 거래처 치과의사가 요구하는 환자별 특성을 반영한 내용 중, Contact Surface 처리의 경우에 기본적으로 환자가 저작 시 음식물이 끼어들지 못하게 조금 타이트 한 면 상태의 면을 요구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인접 치아와 닿는 면의 정도 또한 눈으로는 모두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치실 등을 이용해 치실이 컨택 면을 통과하는 정도에 따라 환자의 구강에 만족할 정도의 Setting이 되는지가 결정되는 부분이다.

즉 진료실의 술자인 치과의사가 원하는 정도, 치과기공 파트의 술자가 되는 우리 치과기공사가 제작하는 정도가 딱 맞아야 환자의 입 안에 안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만큼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모든 소통과 인간관계의 기본이 항상 직접 접촉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악수가 대표적이며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사람 간 직접 접촉을 통한 인사와 거기서 발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는 온라인상에서만 이뤄지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활한 인간관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점점 다변화하고 인간적인 교감이 약해지는 시기에 사람과 사람의 직접 접촉을 통한 더욱 긴밀한 연결을 바라고 더 나아가 그로 인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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