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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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 최범진 미라클CAD/ACM센터장
  • 승인 2016.12.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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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미라클CAD/CAM센터장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미라클 CAD/CAM 센터장

신선한 재료를 고르기 위해서는 사골의 절단면 색상을 잘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아 물렁하거나 움푹 들어가지 않는 것을 고른다. 생각보다 쉽게 변질되는 재료이므로 색상의 관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면의 색상은 흰색이거나 선홍색의 색깔을 보여야 하고, 암적색이거나 그보다 어두운 색이 보이는 것은 변질되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차가운 물에서 최소 6시간 담아 불필요한 핏물과 불순물을 빼고, 30분 정도를 맹물을 넣고 끓여 처음 끓었던 물을 모두 버린다.
다시 중량 대비 3배의 물을 새로 넣고 처음 6시간은 강불에서, 다음 6시간은 중불에서 그리고 마지막 6시간은 약불에서 천천히 가열한다.
손으로 만져보아 푸석해지는 느낌이 날 때까지 끓여야 진짜 깊은 맛을 내는 곰탕의 국물이 완성된다. 뼈를 모두 건져내고, 맛을 더하기 위해 사태나 양지부위를 넣고 2시간 정도 다시 끓이면 요즘과 같이 추운 날 깍두기 한 개 얹어 한 입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곰탕의 기본 국물이 된다.
그동안 잘 우려진 국물에 파와 마늘등을 넣어서 맛의 풍미를 더하면 겨울철 입김을 후후 불어가며 즐겁게, 배속까지 따뜻해지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요리로 탄생하는 것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어떤 개그 프로그램에서 엄마가 곰탕을 끓이고 있으면 장기간(?) 외출을 하실 계획이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20시간 가까이 국물을 우려내고 뼈를 푹 고아서 가족들에게 맛있게 먹이려고 하시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 새벽 기공소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눈앞에 놓인 자기의 일을 하기 바쁜 시기에도 점심 먹는 시간도 아까워 차가운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곧바로 자리에 앉아서 일하던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물론 지금도 무슨 머피의 법칙같이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거래처에서 보내온 급한 일은 꼭 몰려서 오는 것 같다.
이것까지만 하고 밥 먹어야지 하다가도 리메이크를 하는 케이스가 눈에 보이거나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거래처와 전화 통화를 하면 일이 우선이 되고, 식사는 기약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데...’ 라는 생각이 뇌리를 잠간 스칠 때야 비로소 손에 잡은 핸드피스를 놓고 과감하게(?) 밥을 먹으러 가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 같이 식사를 하려고 기다려주는 동료가 있으면 가슴속 한 곳이 뜨거운 곰탕국물만큼이나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따뜻한 마음에 밥을 사게 되거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게 된다.
시간이 부족해서 얼른 밥을 먹어야 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 하나가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특히, 날이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이맘때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동시에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물론 사골 곰탕이 빨리 후루룩 단숨에 마셔버릴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뚝배기 온도가 낮아질수록 밥을 먹는 속도는 빨라지고, 충분하진 않지만 곰탕안에 몇 점 들어있는 고기를 씹으면서 먹는 즐거움이 높아지는 음식이다. 어릴 때 찬바람이 불어 저절로 몸을 웅크리게 되는 계절이 오면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곰탕을 끓이셨던 기억이 난다. 거의 하루 종일 가스레인지 불 앞에서 커다란 들통에 김이 나는 곰탕을 끓이시고, 뼈를 다 우려내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제법 두껍게 굳어있는 기름판(?)을 걷어내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식탁에는 송송 썰어진 파가 다소곳이 얹어진 곰탕이 올라왔고 밥을 말아 뚝딱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져 겨울철 추위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준다는 것, 그것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 정성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처음 치과 기공일을 시작할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일 거의 매일 이어지는 야근을 하며 주어진 업무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여러 파트를 기웃거리며 무언가 찾아서 해보려고 했던 의욕이 많던 시기였다. 또한 무엇인가 궁금해서 물어 보면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또 정확하게 일을 가르쳐 주셨던 그런 분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도 기공업무를 하면서 밤늦은 시간까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일부러 시간과 공을 들여 가르쳐 주셨던 마음이 느껴져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곤 한다. 아마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해주시려고 했던 마음, 가족들을 위해 오랜시간 불 앞을 떠나지 않고 곰탕을 끓이시던 어머니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진하게 우러난 곰탕을 먹으며 나도 언젠가 따뜻한 국물이 필요한 사람에게 곰탕을 끓여주는 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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