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번의 경험이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상태바
처음 한 번의 경험이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 덴포라인
  • 승인 2014.04.25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로 5월호 - 제로레터

처음 한 번의 경험이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태희재
- 부산 CS연합치과 기공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위치한 CS연합치과 기공실에서 근무하는 태희재라고 합니다. 현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치과기공인(이하 행사치)’ 부산지역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너는 특별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행사치 위원이 됐냐”라고 물어보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범하디 평범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노인틀니 보험 시행을 앞둔 2011년 겨울, 한 분의 소장님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혼자 나서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 덴탈2804와 SNS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혼자서 대단하다”, “무슨 꿍꿍인 거지?”, “과연 저런다고 바뀔까?” 심지어는 “노인틀니보험화가 뭐지?”
부산의 작은 기공소에 근무하던 저 역시 그 사람이 어떤 분인지, 노인틀니 보험화가 뭔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노인틀니 보험화가 뭐지?’ 아니면 ‘그런 일이 있구나……. 난 뭐 포세린 기사인데 상관있겠어?’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SNS에 올라온 1인 시위 사진을 보고 나서는 문득, 서울에 한 번 올라가서 30분이라도 그분 대신 피켓을 들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뜬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너무나 추워 보이는 소장님의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다니던 기공소에 이야기한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주말에 천안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던 ‘덴탈2804 전국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목적이었고요. 그런데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저는 1인 시위 하시는 분의 연락처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된 그분에게서 “마음만 받겠다, 고맙다, 주말에 천안에서 보자”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그 일이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행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 저는 치과기공계의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저에게 소장님이란 위치는 저와 같은 저년차 기사를 부려 먹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으로 느껴졌고, 그렇기에 ‘도대체 협회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년차 시절 누구나 겪게 되는 기공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생각들을 토론회에서 여과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밤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기사분도 있었고, 자신의 힘든 현실을 이야기하는 소장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평소의 제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치과기공계의 몇몇 부분들, 동기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주고받던 이야기,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들만이 치과기공계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직설적이고도 신랄한 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와 소주 한 잔 건네주시며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분도 계셨고 제 좁은 시야를 좀 더 넓혀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행사는 끝났지만 그때 얘기를 나눴던 분들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게 됐고, 그러한 인연으로 2012년부터 ‘행사치’의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준비가 많이 모자랐던 저에게 행사치 위원으로서의 경험은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에겐 그저 세미나 연자이기만 했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또 그분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제 시야를 넓혀주었고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서로 나누는 봉사활동을 통해 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제가 가진 직업이 얼마나 많은 환자의 행복을 찾아줄 수 있는지, 그리고 건강한 저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는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힘들게만 느껴지는 행사준비는 또 어떻습니까? 저는 행사나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구성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사실, 제가 속한 행사치의 활동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생각해 보면 저 자신에게도 그 결실이 쉽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힘들어진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만 보인다고 합니다. 이제 한 번쯤 기공소 밖의 세상과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늘 현실의 불만을 토로만 할 게 아니라 나서서 부닥쳐 보세요. 처음 한번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습니다.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의 작은 인연들이 나중에 저에게 큰 힘이 될 거라구요.


홍보글 같아 조금 쑥스럽지만 5월 18일 ‘Oral Design 서울 symposium’에 꼭 참석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치과기공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눈이 시리게 화창한 봄날만큼이나 대한민국의 치과기공사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