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설화 속에 숨겨진 김삿갓의 실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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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설화 속에 숨겨진 김삿갓의 실체 ②
  • 권영국 베스트라인기공소 대표
  • 승인 2023.10.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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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병현이 20살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가문의 역사를 모를 리가 없었고 역적의 자식을 사회에서 왕따 시키려는 기득권의 희생양이었다는 나름 신뢰할만한 기록들도 전해져 오기도 한다.

김삿갓의 이야기는 그저 구전되어질 뿐이었는데 베일에 싸였던 김삿갓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이응수 선생이다.

이응수 선생은 마치 제2의 김삿갓이 되어 남다른 집념과 노력으로 전국을 다니며 김삿갓의 행적과 자료를 모아 최초로 김립시집을 발행하기에 이르니 민중시인 김삿갓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1941년에 발행된 김립 시집에는 김삿갓의 시 343편을 모아 수록 됐다. 

이응수 선생은 김삿갓의 행적을 추적하며 다니던 중 김삿갓 행세를 하고 다녔던 가짜 김삿갓도의 존재도 알게 됐으며 김삿갓의 시를 마치 자신의 시인 것처럼 위장하고 다니던 사람들도 많았기에 그 진위를 가려내느라 애를 먹었다.

김삿갓이 활동하던 그 시절에는 봉건시대의 끝 무렵인지라 과거 제도는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었고 실력보다는 돈과 뒷배의 노예로 전락해있던 시절이라 세상에 불만을 갖고 있던 몰락한 양반들이 많았다.

 

삿갓을 쓰고 김삿갓과 유사한 행적을 남겼던 많은 방랑유랑객들이 생겨났으니 구전되는 이야기로는 명확히 알 수 없어서 김삿갓의 시라고 알려져 있는 글이 전부 김삿갓의 작품이라고 규명하기 모호한 것들도 있다. 즉 다른 이들의 시도 섞여있을 가능성 또한 배재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김삿갓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삿갓’은 김병현 한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 많은 삿갓시인들의 보통명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많은 삿갓 시인들 중 무엇이 김병현을 대표인물로 만들었던 것일까?

바로 그의 특별한 재능과 독특함, 그리고 공감능력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의 시는 전통한시의 틀을 깨고 민중들의 일상과 감정을 시로 표현했고 그럼으로 인해 당시 민중들의 큰 공감을 얻어냈던 것이다.

한 예로 그가 유랑하던 중 가난한 어느 집에 방문해 한 끼 식사를 청하니 안주인은 민망해하며 멀건 죽 한 그릇을 내놓으며 형편이 어려워 이것밖에 드릴 것이 없다며 미안해하니 김삿갓은 죽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시 한 편을 적으니


네다리 소반 위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의 뜬구름자취 그 속에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그러나 미안해하지 마오.
물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 하다오.


지금 우리가 들어도 참 낭만적이며 민초들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글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시들이 있지만 이렇듯 김삿갓의 시는 쉽고 서민적이어서 대중들의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비록 물질로 넉넉히 대접할 수는 없었지만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컸기에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생활주변의 보잘 것 없는 소재를 가지고 민중들의 생활 감정을 쉬운 글로 표현하였고 민초들에게 큰 위로를 주며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았던 김삿갓.

그는 민중 시인이자 대중시인의 신화적 존재였으니 김삿갓의 이야기는 시대를 떠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고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김삿갓은 전국을 떠돌다 전남 화순에서 객사했는데 그의 묘는 현재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에 있으며 이곳을 노루목이라고 부르고 있다. 충북 단양과 경북영주와 경계를 이루는 3도의 접경지대에 있으며 산맥의 형상이 마치 노루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 하여 노루목이라 불리고 있다. 인근의 그가 살았다는 생가 터는 볼품없는 비석만 덩그러니 남긴 채 초라한 모습으로 그를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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