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Kairos)는 인간의 목적의식이 개입된 주관적·정성적 시간으로 적절한 때, 결정적 순간, 기회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 있는 카이로스 조각상 아래에 적힌 문구 중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내가 발가벗은 이유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함이고, 앞머리가 많은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사람들이 금방 알지 못하게 하고 내가 앞에 있을 때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뒤로 지나가 버리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공감되는 부분이다. 앞에서 기회인지 몰라 잡지 못하고, 지나간 후에 아차 싶어 잡으려 하지만 잡지 못하는 것이 기회의 특징이다. 지나간 후에 그것이 기회였다는 것을 알지만 다시 잡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는 강한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카이로스의 외모 중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며,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기회가 있을 때 정확히 판단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것은 칼날과 같은 결단과 판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로마신화에도 오카시오(Occasio)라는 여신이 있다. 바로 영단어 ‘Occasion’의 기원이 되는 라틴어이기도 하다. 특정한 때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기회의 여신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굴러가는 바퀴 위에 서 있고, 풍성한 앞머리 때문에 오카시오가 다가올 때는 확 낚아챌 수 있지만, 망설이거나 주춤하는 사이 여신은 지나가 버리고 날개가 달린 빠른 발로 금새 지나가 버린다. 바로 기회라는 것을 시간의 신 카이로스와 기회의 신 오카시오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설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하다 보면 나에게 다가오거나 다가와 내 앞에 있는 것이 기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때로는 기회인지 모르고 지나쳐 버리고 뒤늦게야 그것이 기회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분명 기회였다고 생각 들어 그것을 잡지 못했다는 부분에 때늦은 후회를 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의 신변과 주변에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냉철한 판단력으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기회였는지 조차 영원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앞에 다가오는 기회라는 것을 잡을 때, 그 결과가 모두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기회가 오고 그것을 잘 잡아서 자신의 발전을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사용해서 크게 성공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자신의 주변 정리와 준비상태에 따라 기회를 알아보고 잡는 경우가 대표적인 상황일 것이다.
우리는 기공사로서의 일을 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해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밤늦은 시간까지, 물론 요즘은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임상 일을 하다보면 꼭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당일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는 업무 자체가 기회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실 시간조차 하락되지 않는 경우에도 분명 우리에게는 기회라는 것이 온다. 업무뿐만 아니라 내 주변이 항상 정리가 된 상태라면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정돈된 주변 상황에서 다른 부분에 신경 쓸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주변이 정리정돈 되어 있을 수는 없지만 기회라는 것이 다가오는 모습을 알아볼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바로 ‘준비’ 또는 ‘준비과정’이다. 정리 정돈과 준비가 분명 동의어는 아니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 기회를 알아보는 혜안은 배움을 통해서 얻는 것도,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자신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다가와도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마음은 다가온 기회를 잡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자신의 에너지를 더 할애하여 시간과 노력을 계속해야 준비가 되고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 템포 쉬어가는 마음으로 자기 관리와 준비 그리고 노력에 대한 생각을 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