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사는 섬세한 기술력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환자의 일상과 자신감을 되찾게 돕는 전문 직업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치과기공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제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역할이 생겼습니다.
모교인 원광보건대학교 치기공과에서 첫 영어 트랙 네팔 유학생 반을 맡아 강의를 시작한 일입니다. 처음 네팔반 수업을 맡았을 때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기술도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갑자기 어려워지는데, 하물며 영어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면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치과기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학생들에게 제가 늘 해오던 방식 그대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치과기공을 하는 사람’에서 ‘치과기공을 전하는 사람’으로, 시선을 바꿔야 했습니다.
저에게는 이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특별한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4년간 치과기공소에서 일했던 시간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저는 기술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예절도 함께 배웠습니다. 특히 언어의 장벽과 낯선 환경 때문에 망설이던 시간 속에서 자신감이 흔들릴 때, 직장 동료들은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지치지 않고 쉽게 설명해 주고 배려해 주던 그 손길은, 지금도 제가 치과기공사의 길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우리는 같은 치과기공사이며, 서로의 배려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습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난해 네팔반 강의를 맡았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내가 받은 그 배려를, 이제는 학생들에게 돌려줘야겠다.’ 먼 타국에서 배우는 학생들의 마음과 상황을, 저는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업 첫날, 학생들의 눈빛은 기대와 긴장이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 눈빛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초심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헷갈릴 수 있는 어려운 표현을 줄이고, 더 단순하고 확실한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를 돕기 위해 반복해서 설명하고 시각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며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학생들이 치과기공학과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갖도록 돕는 일이었습니다. 1년을 함께 지나며 우리는 어느새 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도를 이해했고,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업은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치아 개수도 헷갈리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 치아 형태를 이야기하고 중요한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참 뿌듯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학생들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강의 중 제가 가장 자주 하는 말도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지금은 시작이야. 너희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거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가자.”
처음에는 웃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빛이 달라졌고,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치아 형태학 실습은 반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은 실패를 함께 지나고 다시 시도하며, 드디어 형태가 잡히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 학생들의 표정은 정말 잊히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현장에서 치과기공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대 앞에 앉아 있으면 여전히 매일이 배움입니다. 치과기공은 기술이지만, 동시에 감각이고 책임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강의 준비까지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저는 오히려 이 두 역할이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현장은 강의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강의는 제게 초심과 기준을 다시 세우게 해줍니다.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제 작업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치과기공은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고, 섬세함과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강하다’는 말이 꼭 힘만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묵묵히 끝까지 완성도를 지켜내는 힘, 작은 오차를 놓치지 않는 힘, 팀과 환자를 생각하며 한 번 더 확인하는 힘. 저는 그 힘이야말로 많은 치과기공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현장에서,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더 크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네팔반 강의를 시작하며 저는 ‘가르친다’라는 것이 결국 ‘함께 성장한다’라는 뜻임을 배웠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기술을 전하지만, 학생들은 제게 다시 직업의 의미와 자부심을 되돌려 줍니다. 치과기공사의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 결과가 환자의 웃음을 바꾸고, 일상을 바꿉니다. 저는 그 사실이 이 직업이 가진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좋은 치과 보철물을 만드는 치과기공사로, 그리고 학생들이 좋은 치과기공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선배로.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 꿈을 키우는 네팔반 학생들과 함께, 더 단단한 미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좋은 결과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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