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은, 풍속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천둥, 번개, 우박과 폭설까지 동반한 기상 현상이다. 주로 대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며, 대기 중에 고온 다습한 공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급상승해 적란운을 형성한다. 그 적란운 내부에 차가운 공기가 하강하며 지표면에 충돌하면서 스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주로 열대 지방에서 오후 시간대에 흔히 볼 수 있고, 온대 지방에서는 한랭전선이 지나갈 때, 이런 현상도 비례하여 발생한다.
언젠가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창밖을 보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시원하다 못해 상쾌한 느낌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우산을 챙겨가야 한다는 단 1의 고민도 없이 출근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 어둡게 변하며 장마철에서나 겪을법한 집중호우가 내렸다. 사람들은 갑자기 내린 비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기 위해 건물 안이며, 처마가 있는 곳이면 뛰어 들어갔고,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사는 사람들을 보았었다.
지금이 한여름의 장마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레 내리는 비는, 단순히 잠깐 오다가 스치는 소나기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발걸음을 빠르게 하거나 뛰어야 하는 상황과 바짓단이 다 젖을 정도로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 형태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아열대를 포함한 열대지역에서 볼 수 있는 기상 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가 몸소 겪는 현실이 된 것이다. 어릴 때 보고 배웠던 우리나라의 날씨 특히, 가을 날씨는 높은 하늘에 청량한 기운 그리고 다소 건조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고, 스콜 현상과는 거리가 먼 기후였다. 비가 오더라도 잠시 내리고 마는 정도였고, 태풍이 아니고서야 집중호우로 인한 문제들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학자들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이제는 더 이상 온대지역이 아닌, 아열대 기후가 되었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하고 있다. 기상 현상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이나 과일들도 그 품종과 종류가 바뀌고 있는 부분에서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치과기공 분야의 흐름이나 분위기도 기후만큼이나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가 아닌, 그 이상의 변화를 급격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리라 생각한다. 잠시 내리는 소나기 정도가 아닌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뇌우를 동반해 내리면서 가방에 작은 3단 자동 우산을 하나씩 넣어서 다니는 상황이 되었고, 그 우산의 무게와 접었을 때의 부피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작아지고 있으며, 내구성도 좋은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주변의 상황이나 조건의 변화가 라이프 스타일의 작의 변화를 불러온 하나의 대표적인 예이다.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이다. 왁스를 이용해 패턴을 만들고, 매몰하고, 캐스팅하고 적합을 보고 또 다음 과정으로 진행되던 모든 과정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손대신 마우스가 바삐 움직이고, 주조하려고 무서운 소리를 내던 불대 대신 밀링장비가 쉴 새 없이 지르코니아 블록이나 메탈 블록을 깎고, 온 신경을 써가며 섬세하게 파우더 빌드업하던 손으로 컬러링과 스테인을 하고 있다. 한 편에서 본다면 오랜 기간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손대신 장비와 재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기술을 익히기 위한 피와 땀이 어린 노력이 수반되는 과정을 통해 일정 경지에 올랐고, 거래처 특성이나 제작 케이스에 따라 때론 밤새워 일하면서 우리 손기술의 능력치는 매번 그 한계를 넘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손끝의 섬세함과 날카로움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보면 분명 우리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잘 알 수 있다. 바로, 우리가 만드는 치과 보철물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눈 또한 손과 함께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해 왔으며, 이는 어느 영화 주인공의 대사처럼 소위 진화된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케이스를 만나도, 3D 이미지를 모니터나 프린팅 출력물로 확인하기 전에 먼저 그것을 그려낼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해 디자인된 보철물에서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케이스별 맞춤 특징과 디테일을 우리의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콜 현상으로 장맛비 같은 비가 내린 후 하늘에는 멋진 모양의 뭉게구름이 만들어지고, 그 사이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뜨기 마련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이 바뀌어도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빗속에 있었던 사람이다. 우리의 소중한 경험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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