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 학원에 가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는데 피아노 위에 시계추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이 생긴 긴 바늘이 있는 장치가 있었다. 좌우로 움직이며 일정한 간격으로 똑딱거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였는데 매우 신기했다.
우리가 음악 또는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 번쯤 보았던 그 기계가 바로 메트로놈이다. BPM(Beats per minute) 측정 즉, 1분에 비트가 몇 번 반복되는지를 세는 단위로 음악에서 템포, 의학에서는 심박수를 셀 때 쓰이며 댄스 음악이나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서 박자를 셀 때 사용한다.
바늘에 달린 추를 이동시켜 박자를 조정하고 아날로그 메트로놈의 경우 지금은 기계 장치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이 대표적인 메트로놈의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은 실제 음악의 박자를 맞추는데 사용하기도 하지만 빈티지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디지털 메트로놈이 개발되면서 튜너가 포함되거나 똑딱거리는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 같은 장치가 나와 사용되기도 한다.
예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음악가들은 바로 이 메트로놈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작품을 만들었으며 대표적으로 베토벤은 이 메트로놈을 희대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음악을 좀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장비였던 메트로놈이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현대 음악의 경우 일정한 박자를 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활동하는 음악감독이나 지휘자들의 경우 메트로놈을 싫어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음악이라는 것이 정확한 틀에 맞춰 연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그 음악을 듣고 즐기는 청취자나 관객들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같은 곡이라도 빠르게 또는 느리게 아니면 빠름과 느림을 적절하게 바꿔가며 연주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형화 그리고 정격화 된 틀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는 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로운 곡 해석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의 비트 그리고 박자를 담당하는 드러머의 경우 가끔 메트로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표현에는 두 가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연주하는 음악의 박자를 기계처럼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칭찬의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위에 미리 언급한 바와 같이 음악이라는 것이 그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악센트와 강약조절 그리고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항상 일정한 비트만을 적용하면 감정이 배제된 상태로 연주를 하게 되고 획일화되기 쉽기 때문에 감흥이나 감동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너무 박자만을 정확히 맞추는 드러머를 살짝 비꼬거나 조롱하는 의미로 부르기도 한다. 너무나 상반된 해석이며 동시에 한 번쯤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업무는 어떨까? 치과 기공 작업이라는 부분을 본다면 단 한 케이스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나 경력을 가진 테크니션의 경우 획일성을 기반으로 일하며 동시에 케이스 별로 특징을 잘 파악하여 나름의 비트를 적용해서 일을 진행한다.
주어진 틀 안에서 획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면에는 케이스별 맞춤의 변화와 다양성을 품고 있다. 한 걸음 물러나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아날로그 방식의 보철물 제작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디지털화된 장비와 시스템을 이용해 보철물을 제작하는 경우가 공존한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의 해석이 아닌 케이스 별로 동시에 시스템별로 변화와 적용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업무는 아날로그 기반이 전제된 상태에서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일정하게 또 획일적으로만 움직이는 것도 우리의 업무에 기준을 잡는 부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술자의 조절 능력을 발휘해 추의 위치를 정하는 것에 따라 비트의 간격이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실패 없는 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지금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업무를 하는데 변화가 필요하다. 아날로그 방식의 메트로놈으로 디지털 기반의 워크플로우에서 단지 추의 높이 만으로 정해지는 일정한 왕복운동이 아닌 Digital 기능이나 음원 튜닝 성능이 수반된 디지털 메트로놈 같이 시대와 분위기의 흐름에 맞춰 강약과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반드시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의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케이스는 모두 다르지만 AI 기반의 성능들이 우리의 CAD 솔루션에 적용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시대가 그리고 기술력이 우리의 업무 환경을 직/간접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보철물을 만드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BPM, 즉 박자감일 것이다. 메트로놈의 일정한 움직임을 보며 환경과 흐름의 변화에도 우리 치과 기공사의 업무에 대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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