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6월 밤, 반짝이는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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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6월 밤, 반짝이는 은하수
  • 김경임 교수
  • 승인 2024.06.1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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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치과기공인의 삶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다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치과기공인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격월로 만나는 ‘쉬는 시간’은 독자 여러분께 생각하는 여백의 시간을 전하는 코너이다.

 

 

팝콘처럼 달달 고소했던 봄이 갔다. 유난히 날씨 예측이 어려웠던 올해, 봄꽃들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제하고 싶은 대로 피었다가 또 그렇게 졌다. 꽃피기는 힘들어도 지기는 쉽다더니, 꽃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속절없이 봄이 지나갔다. 그리고 6월, 평균 기온 22.3℃, 별 보기 좋은 여름이 시작되었다.

도시는 항상 빛으로 가득하다. 나는 어린 시절 잠깐을 제외하고는 늘 도시에서 살았다. 유난히 겁많은 나에게, 밤에도 빛이 가득한 도시는 최적의 주거지였다. 그러나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방문했던 시골 조부모님 댁은 달랐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밤과 작은 인기척에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짖어대던 동네 개들. 저절로 발이 땅에 철썩 들러붙어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겁먹은 나의 손을 꼭 잡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하나씩 일러 주셨다. 그때 올려다본 6월의 하늘엔 은하수가 있었다. 여름밤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을 가로지르던 은하수는 별들이 모인 시냇물처럼 반짝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은하수를 보러 천문대로 간다. 기대에 부풀어 천문대를 처음 방문했던 날, 나는 은하수는 커녕 작은 별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그 밤하늘은 나의 기억에서만 빛나는 별들이었던 걸까? 보이지 않는 별에 당황하고 있던 때, 천문대 직원분이 말씀하셨다. 어둠에서는 눈을 감으라고.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 비로소 별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느 때보다 긴 몇 초가 지나고 눈을 뜬 순간 나는, 어릴 적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기억과 함께 빛나는 은하수 아래 있었다.

별은, 예나 지금이나 신비로운 대상이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보는 별빛은 과거의 빛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약 4.2 광년 떨어진 항성으로, 그 별에서 출발한 빛은 광속으로 4.2년을 달려야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2023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구로부터 약 129억 광년 떨어진 별 ‘어렌델’의 별빛을 포착했다. 129억 광년의 시간과 4.2 광년의 시간, 그리고 지금 오늘의 시간이 공존하는 밤하늘이라니. 그저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주의 시간을 한눈에 감상하는 것이다.

천체 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모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코스모스를 구성하는 모든 것의 바탕에 별이 있다.
사실 별의 생애는 단순하다. 성간운이 뭉쳐 탄생하고, 살아있는 동안 핵융합을 하며, 핵융합할 재료가 소진되면 산소나 탄소를 방출하고 죽는다. 하지만, 죽음과 함께 방출되는 대부분의 원소는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원자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장 근본적인 의미로 본다면 우리는 모두 별의 자녀들인 셈이다.
저 은하수 너머, 수많은 별들 어딘가에 미처 만나지 못한 또다른 생명체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 그 은하수를 보기 가장 좋은 6월이 왔다. 달이 밝지 않은 음력 29일과 2일 사이, 맑고 안정된 대기가 있는 밤이라면 충분하다. 또한 사방이 막히지 않고 뚫려 있어 하늘이 넓게 보이고, 습하지 않은 높은 고산지대라면 더 좋다.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곳이 강원도에 위치한 안반데기다. 이곳에 가면 아마도 ‘쏟아져 내리는 별빛’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삶을 살아가며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의 존재 이유와 그 의미를 고민한다. 누군가는 종교에서 답을 찾으려고도 하고, 혹자는 철학 같은 학문을 통해 그 답에 다가서기도 한다. 나는 그것 중 무엇이 답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답을 찾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늘의 별을 보라고.
이미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우주에서 빛나는 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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