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금방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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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금방 가을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3.08.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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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가을을 연상케 하는 것들은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단풍, 하늘, 추수, 국화축제, 우체국 등등 주변에 가을의 느낌이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다.
무더운 여름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은 쉴 새 없이 흐르고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는 때를 지나 무더위와 태풍 등으로 습하고 힘든 시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여름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더운 느낌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면 정말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지난 여름을 생각해보면 폭염주의보발령,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하는 문구가 조금 지겨울 정도로 몇 번씩 날라오기도 하고, 비가 좀 내린다 싶으면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등 더운 것도 모자라 비까지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관련 소식을 전해듣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입추(立秋) 절기가 지나면 낮 기온은 더울지라도 아침에 출근하려고 밖에 나와서 느끼는 공기의 체감온도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불과 2~3도 차이인데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동시에 ‘금방 가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철학자는 사계절의 변화를 사람의 인생에 비유해서 이야기했던 경우도 있다. 사계절의 변화를 정말 명확하게 느꼈던 어린 시기에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계절의 변화 같은 부분을 겪게 된다. 반드시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경력에 따른 업무 범위와 능력의 범위가 결정되던 시대는 디지털 시스템의 본격 도입과 활용으로 변화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순수 아날로그 방식의 보철물 제작을 하던 시대와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봄이 길고 다른 누군가는 겨울이 길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지리한 장마 기간이 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수확을 하는 가을이 길게 연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과거에 비해 때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치과기공소를 오픈해서 대표가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의 시대와 경제적 척도 그리고 개인 가치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모습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경영과 운영 그리고 사업장의 전체적 책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주어진 일에만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과거에 비해 치과기공사 면허를 취득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디지털과 관련된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해서 치과 기공소의 경영자가 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정답도 오답도 아니다. 우리의 인식과 해석이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의 영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적 스킬과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스템과 장비 그리고 사용 재료의 발전이 일정 부분 뒷받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치과기공사의 업무에서만 본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접하는 업무가 예전에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주로 모델 작업부터 주조와 폴리싱을 하던 파트에서 근무를 해야 했고, 여자 졸업생의 경우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 포세린 파트에서 첫 기공업무를 시작했다. 누가 정해놓은 룰도 아니었고 그냥 관례같이 일반 치과기공소라면 위에 수순을 밟아 경력이 쌓임에 따라 왁스업이나 캡 그리고 포세린 파우더를 만져볼 수 있는 순으로 업무를 했다. 물론 교정이나 덴쳐파트 그리고 파샬덴쳐 파트 등의 경우에 일정부분 예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경력이 쌓이기 전에는 일반적으로 기초적인 업무를 처음 했음은 대동소이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부분에 있어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결과로 변화의 기초가 재정립된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몇 년 뒤에는 모델을 석고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 초년 시절에 주로 기본적인 업무에 사용하던 시간과 노력이 연계업무 또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업무의 범위가 넓어져 업무 패턴이 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예전에 처음 치과 기공업무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다고 재해석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철물 제작에 대한 시간이 줄어들면서 10년 이상의 아날로그 업무경력을 바탕으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더 짧은 기간에 진행될 경우가 실제 많아진다는 해석이기도 하다. 봄, 여름의 계절이 짧아지고 금방 가을이 된 듯한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우리 치과기공사의 업무는 환경과 조건, 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가을아침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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