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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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잡채
  • 최범진 닥터스글로벌 이사
  • 승인 2022.10.1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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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이용해서 채 썰어 지단을 만든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하게 소금 간을 하여 각종 채소와 버섯, 소고기 등을 잘 볶아준다. 
3. 미지근한 물에 불린 당면을 잘 삶아 물기를 빼준다. 
4. 삶은 당면과 미리 볶아놓은 채소와 고기 등을 팬에서 볶아주거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볶지 않고 바로 섞어 간장과 참기름을 더해가며 잘 섞어준다.

우리가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주로 먹는 대표적인 요리 잡채의 조리 순서이다. 집집마다의 조리 방법이나 특색의 다양함을 보이고 요리하는 사람의 취향이나 방법, 지역 특색이 반영된 음식이다. 
사람들이 잡채를 먹을 때 섞인 여러 가지 재료들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고 특히 붉은색, 초록색, 흰색,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의 5가지 색상이 조화를 이뤄 영양의 밸런스도 또한 좋다. 각기 다른 재료의 섞임을 통해 건강까지 생각한 음식이라는 점은 틀림없고 바로 이 부분이 잡채라는 음식이 갖는 가장 큰 의미이다. 잡채는 그 훌륭한 요리가 구성하는 재료가 모두 각각의 고유한 맛과 풍미를 내면서 주재료인 당면, 채소와 야채, 고기 그리고 버섯과 향을 더해주는 참기름까지 입안에서의 식감과 미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눈과 혀, 치아 그리고 코까지 잡채라는 음식을 먹으며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잡채를 씹으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하나의 음식으로 맛과 식감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느낀다. 그러기에 옛날부터 잡채는 기념일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역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치과기공사로서 일을 하면서 단계별로 과정을 거쳐 업무를 하던 때가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 업무도 그 기간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과거부터 진행해 온 아날로그 방식의 업무에서 그 영역과 단계의 구분이 더욱 확실하게 나뉘었다면 디지털 시스템이 기반이 되는 보철물 제작 방식에서는 보철물 제작과정의 부분적인 통합이나 합병되거나 반대로 업무영역 구분이 구분 양상이 약해지는 것도 흔하게 겪게 되는 현상이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하면 새로운 영역의 추가나 사라지는 영역이 발생하는 것도 이 시대의 흐름 중 하나이다. 
치과에서 채득한 임프레션 바디가 기공소에 도착해서 작업모형을 제작하는 것이 치과 기공 업무의 일반적인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치과에서 임프레션 바디 대신 구강스캔 데이터가 오는 방식으로 기본 작업의 시작점이 달라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 기공업무에 절대적인 양상은 아닐 수 있지만, 스캔 데이터가 이메일을 통해 치과 기공소로 도착해서 필요시 3D 프린터로 모델을 출력하거나 작업모형 없이 보철물을 제작하는 Modeless Workflow가 공존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제작 방식의 변화로 보철물을 제작하는 과정의 그리고 파트의 역할이 변하고 있음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파트에서 바로 보철물 제작을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출력을 하거나 밀링 과정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작업 모델을 제작하는 경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을 하거나 디지털 과정을 위한 스캐닝 부분의 과정이 중간에 발생하게 된다. 출발이 다르니 과정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보철물 제작을 위한 소재나 시스템의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완성을 위한 마지막 부분이다. 일반 보철의 경우 재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포세린 파트에서 대부분의 완성을 한다. 주조를 통해 금속으로 바뀐 보철물의 경우 크라운 파트나 파샬/덴쳐 파트에서 완성을 한다. 과정의 다양성이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각각의 특징과 중요성이 뒷받침되어 독자성을 갖지만 결국 최종 귀착점에서 만나 우리의 노력과 기술이 반영된 치과 보철물로 완성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각각의 식재료의 맛과 씹는 느낌이 모두 다르지만 모두 합쳐졌을 때 또 다른 맛과 풍미를 즐기는 것처럼 우리의 치기공 업무도 같은 이치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과정의 성공이 합쳐져 비로소 최종 보철물의 완성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맛있는 잡채를 먹고 맛을 음미하듯 우리의 보철물도 좋은 결과로 환자의 구강 안에서 그 맛을 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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