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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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⑥
  • 이상효 기공사
  • 승인 2022.06.0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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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기공계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국내 많은 기공사들이 해외 진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ZERO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치과기공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독일 진출 8년 만에 독일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 ZTM(ZahnTechnikerMeister) 자격을 취득한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이상효 기공사가 ZERO를 통해 독일행을 준비한 과정부터 실제 독일에서 기공사로 일하며 느낀 점, 마이스터 자격을 준비하고 취득한 과정을 함께 공유한다.

김민경 기자 zero@dentalzero.com

 

 

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반갑게 느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점점 햇살이 따가워지고 여름이 다가오는게 느껴지는 6월이 시작됐습니다. 올해가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네요. 저의 이야기도 오늘로 마무리가 됩니다. 
자 그럼 마지막 이야기 마이스터 코스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떤 시험을 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저의 경험을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 마이스터 취득의 길

어떤 직종이라도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총 4가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제 1과목: 전공 이론, 제 2과목: 전공 실기, 제 3과목: 경영, 경제학, 제 4과목: 실습생 교육을 의한 교육학으로 이루어지며 각 지역의 마이스터 시험 관리위원회에 의해 시험이 이루어진다. 이 시험의 준비를 돕기 위해 각 지역에는 한국의 상공회의소와 비슷한 기관인 Handwerkskammer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 학교가 있으며 이 학교를 통해 마이스터 코스를 받을 수 있다. 각 과목의 수업 일정과 기간, 순서 등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공통 과목인 제 3,4 과목을 먼저 한 뒤 전공과목을 하는데 이는 1,2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해야 할 내용의 양과 난이도가 낮아 준비가 수월하고 전공과목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3,4 과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가장 부담이 적고 빨리 끝나는 교육학부터 시작해서 경영, 경제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공과목의 순서로 마이스터 코스를 진행했다. 

 

그럼 이제부터 각 과목을 준비하는 과정과 시험 방식을 알아보겠다. 한국의 경우 치과기공사는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국시를 통해 배출되지만 독일은 직업 전문학교와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기공소를 통한 도제교육인 듀얼 아우스빌둥 교육을 통해 배출된다. 
따라서 치과기공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은 실습생의 신분으로 반드시 마이스터가 있는 업체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며 마이스터는 실습생을 교육해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실습생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우는 것이 제 4과목인 교육학이다. 이 과목의 내용에는 단순히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관련 법률과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교육학 코스의 경우 600~650유로의 수업료가 들고 총 115시간의 수업으로 주 5일 풀타임 수업은 총 2~3주, 주 2회 파트타임 수업은 총 3~4개월 동안 진행된다.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풀타임 수업을 들었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마이스터 코스였기 때문에 일단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고 싶었고 또 집중해서 빠르게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수업 내용은 생소한 주제와 각종 법률 등 어려운 단어도 많이 나와 시험을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항상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서 가르쳐야하는 사람의 입장을 배워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 두 가지로 나뉜다. 다행히 필기시험의 경우 사지선다형이어서 생소한 모든 용어들을 암기해야 할 필요가 없었고, 연습문제들도 많이 풀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실기시험은 각자 자유롭게 선택한 전공 관련 주제를 실습생에게 설명하는 지침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그 지침서의 내용을 3명의 시험관이 검토한 뒤 관련 내용에 대해 구두시험을 보게 된다. 첫 시험을 칠 때 일단 시험의 난이도를 떠나서 독일어로 구두시험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엄청 긴장을 했는데 시험관 분들이 오히려 긴장하고 있던 나를 진정 시켜주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준비하고 연습한 내용들을 큰 실수 없이 모두 대답한 결과 마이스터 과정의 첫 시험을 단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시험을 통해 시작 전 가졌던 ‘과연 내가 마이스터를 따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불안감에서 살짝 벗어나 가능성을 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시작한 과목은 제 3과목 경영, 경제학이다. 첫 과목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통과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수업을 풀타임으로 진행하더라도 2달 이상이 걸리는 과목인 터라 이번에는 파트타임 수업을 듣기로 했다.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펼쳐질 고난의 길을…

 

경영,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총 290시간의 수업, 1650~1810유로의 수업료가 필요하다. 풀타임 수업의 경우 하루에 7시간 주 5일 수업이 진행되어 약 2달 정도가 걸리고 파트타임 수업의 경우 하루에 3시간 주 2일 수업이 진행되어 약 10~12개월이 걸린다. 수업 내용은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하고 그 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알아야할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업체를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법률, 전략, 시장경제 등과 사업체를 원활히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세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경영전략 등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내용이 다양한 만큼 공부해야 할 내용 또한 매우 방대하다. 특히나 각종 법률은 너무 힘들었다. 모르는 단어를 한국어로 찾아보면 찾은 그 단어 또한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알지 못하는 법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르는 독일어를 한국어로 찾아 그 한국어를 공부하고 이해한 뒤 그 내용을 다시 독일어로 머릿속에 입력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렸다. 더군다나 파트타임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기공소에서 퇴근을 한 뒤 수업을 들었고 일이 힘들었던 날은 수업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한 번 내용을 놓쳐버리면 따라잡기가 힘들기에 어떻게든 복습을 해서 따라가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해야하는 내용은 점점 많아졌고 나 또한 지쳐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을 조금 비우는 전략을 택했다. 물론 더 할 수도 없었겠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공부하기보다는 무리하지 않고 꼭 해야 하는 만큼만 천천히, 꾸준하게 해나갔다. 와중에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근무하는 기공소에 나보다 1년 먼저 마이스터 코스를 시작한 동료가 있었고 그 동료에게 수업에서 이해가 안됐던 어려운 내용을 물어보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년이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버티며 꾸준히 공부한 결과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합격하기에는 충분한 성적으로 제 3과목 또한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힘들었기에 그만큼 기쁜 합격이었다.


이 1년의 경험을 통해 나는 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남은 마이스터 코스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경제력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나를 지원해줄 수 있는 가족도 없었던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나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의 도움 덕분이었다. 우리나라의 학자금 대출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조금씩의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긴 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다. 여자친구의 도움이 있었기에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만약 마이스터 코스를 준비하고 있거나 생각이 있다면 수업료 외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경제적인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기를 추천한다. 

 

자 이제 일도 그만뒀겠다 나에게는 제 1,2과목인 전공 이론과 실기 과목만 남았다. 이 두 과목은 수업이 함께 이루어지며 수업 시간은 총 1323시간으로 풀타임 수업의 경우 약 1년 파트타임 수업의 경우 약 2년이 걸린다. 수업료는 9900유로이고 실기 수업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대부분의 기구들은 개인이 직접 구매 또는 준비해야 한다. 바로 이 재료와 장비, 기구를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풀타임 코스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파트타임의 경우는 기공소에 근무를 하는 상태이고 보통 기공소에서 재료를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없지만, 기공소를 다니지 못하는 풀타임의 경우는 개인이 모든 재료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다니던 기공소의 소장님이 자신이 마이스터를 준비할 때 썼던 모든 장비와 기구들을 무상으로 빌려주셔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코스가 다 끝난 뒤 사용한 재료비를 계산해보니 사용한 골드를 다 반납했음에도 약 3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일단 전공 이론 과목의 수업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각종 보철물에 대한 이론적인 것들을 심화해 배울 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재료학도 포함된다. 그리고 제 3과목을 통해 배운 내용의 심화 과정으로 의료법, 의료기기법, 마케팅 거기다 기공료 산정을 위한 내용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다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경역, 경제학 코스에 비해서 사용되는 어휘들이 전공 관련 단어들이어서 이해하는데 있어서 훨씬 수월하다. 

 

이러한 이론 수업과 동시에 실기 수업도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시험에 대비해 준비 해야하는 것은 APF-nt 배열에 따른 상하악 풀덴처, 최소 2가지의 서로 다른 기능을 포함하는 교정장치, 임플란트와 어태치먼트를 포함하는 포세린 브릿지와 그 보철물을 피개하는 스플린트, 최소 2가지 이상의 정밀 어태치먼트와 텔레스코픽 크라운을 이용한 RPD 까지 총 5가지의 복합 보철물을 계획, 설계, 제작하는 것이다. 실기 수업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은 최소 2번 이상 연습할 기회가 있고 개인의 노력여부에 따라 추가적으로 얼마든지 연습  할 수 있다. 
시험이 시작되면 계획 단계에서 제작할 보철물에 대한 설계와 필요한 재료, 예상되는 기공료까지 모두 문서로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작업이 시작되면 모든 보철물의 제작 과정은 자필로 기록해야하고 제작 후 보철물의 설계에 대한 설명을 해야한다.  또는 보철물 제작을 위해 선택한 재료가 어떤 장단점이 있고 왜 그 재료를 선택했는지도 별도의 구술시험을 통해 설명하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 9일의 작업 기간이 주어지고 심사가 이루어진 후 구두시험을 통해 당락이 결정된다. 이 과정들을 글로 설명하려니 엄청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작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모두 4가지의 시험을 통과하고 합격증을 받으면 모든 마이스터 과정이 끝나고 최종 마이스터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과정들에 대해 들은 여러분은 지금 마이스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나는 과거 마이스터에 대해 단순히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난 기술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러 과정과 어려움을 거쳐 마이스터가 된 지금의 나는 결코 뛰어난 기술자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마이스터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이스터는 후임을 양성하는 교육자이며 치과 기공산업을 이끄는 경영자이고 또한 기공기술을 발전시키는 기술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마이스터로서 정말 최고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집중할 것이며 누군가는 후진 양성에 의를 두고 그 분야로 나아갈 것이다. 마이스터가 됨으로써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혹은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나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과거 나는 마이스터라는 목표가 전부인 듯 달려왔고 그것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나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 나의 미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지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실패할까 두려워 망설이고 있거나 도전의 과정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도전 후 생각지 못한 밝고 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가끔 외부활동을 하며 저의 이야기를 읽고 계시다는 분들을 만나면 한없이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도록 저 또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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