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치기공계 풍경이 바뀐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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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치기공계 풍경이 바뀐다③
  • 이기훈 기자
  • 승인 2022.06.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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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인한 공정의 간소화와 새로운 역할 생길 것

어느덧 5월의 중반. 아까시꽃이 만발한 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으로 향했다. 충남 홍성의 ‘수치과기공소’ 전영진 실장, 부산 ‘UNO DENTAL LAB’ 박성득 대표, 전남 무안에서 ‘NOVA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는 최재웅 대표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6월 25일 ‘D.One TalkTocTok’ 세미나를 기획한 세 명의 현직 소장을 만나본다. 
이기훈 기자 zero@dentalzero.com

강장지년(强壯之年)이란 말이 있다. 강(强)은 40대를, 장(壯)은 30대를 의미하고 사람의 생애 중 몸이 가장 튼튼하고 힘이 왕성할 때라는 의미를 갖는 말이다. 기공소에서 잔뼈가 굵은 50대 이상의 베테랑 기공사가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업력을 쌓았다면 이들 세대부터는 컴퓨터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하여 대체로 50세 이상의 세대보다 디지털기기와 더욱 친숙하고 거리감도 적은 세대라 할 수 있다.
83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었고 대한민국 치기공계를 이끌 주역 세대이다. 그래서일까. 전영진 실장, 박성득, 최재웅 대표는 기공소의 디지털 전환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이며 대한민국 기공소의 풍경(시스템/ 작업공정)이 현재와는 사뭇 다르게 바뀌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Q.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전: 충남 홍성의 수치과기공소에서 덴쳐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또 지르코니아 파트에 두 명이 더 근무하고 있다. 치과와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아직 큰 어려움은 오지 않았다.
최: 전남도청 앞에 NOVA치과기공소가 있다. 창업한 지 4년째이고 지르코니아만 하고 있다. 직원은 한 명이 더 있는데, 지방이라 그런지 기공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거래처 유지와 매출은 안정적이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려 한다.

박: 2016년 11월 부산에서 기공식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캐드캠도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운영을 해보니까 그렇게 해서는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CAD/CAM과 스캐너, exocad를 구입해 운용했다. 그렇게 exocad를 조금씩 배우고 익숙해지자 밀링도 공부하며 디지털기기를 접하게 되었다. 또 기공 관련 논문과 커뮤니티 등 많은 지식을 접하려 노력했고 현재는 외주도 수주하고 있다.  

Q.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매출 등의 변화는 있었나
전: 피부로 느낄 만큼 큰 변화는 없었다. 고정 거래처가 확보된 영향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기기의 역할이 비대면 방식에 적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박: 현재 UNO DENTAL LAB을 운영하기 전, 실은 기공소를 크게 했었다. 직원이 10여 명이 넘었고 나름대로 매출도 컸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큰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였다. 곰곰이 그 현상을 파악하니 결국 ‘작업 대비 가성비’의 문제가 컸다. 그 이후 최소 인원으로 디지털기기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의 기공소를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 오히려 더 큰 매출과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은 실제로 크게 느끼진 못했다.

최: 전 실장과, 최 대표의 상황과 같다. 코로나19로 잠시나마 긴장했을 순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도 지르코니아만 해서 그런지 거의 모든 공정이 디지털기기를 통해 나오게 되므로 거래처 감소나 매출은 변동이 없고 오히려 직원을 구하기 힘든 게 큰 문제였다. 또 최근엔 치과보철물만 취급하는 물류회사도 있기 때문에 보철물의 오염이나 변형의 걱정 없이 결과물을 주고받을 수 있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언제든 피드백이 가능한 이점도 있다고 본다.

Q. 6월 25일 세미나의 기획의도와 개요는
박: 현재 기공소들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디지털이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여러 사람과 확대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또 각 기공소마다 특기할 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치기공계의 발전에도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전: 처음 기획의도는 15명 정도의 소규모 모임이었다. 하지만 참가를 하겠다는 기공사가 워낙 많아 지금 90명의 참가 인원으로 제한을 두게 됐다. 업체에서 후원을 하겠다고 제안도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참가비만 받고 그 재원으로 모든 세미나를 우리 힘으로 진행한다는 게 방침이다. 그러나 세미나를 개최할 장소만큼은 힘을 빌었는데, 오스템에서 대관을 협조해 주어 강서구 마곡 오스템 본사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최: 이번만큼은 우리가 의도한대로 기공사들의 순수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업체를 등한시 한다는 건 아니고 참석을 원하면 얼마든지 문은 열려 있으니 많이 참여해 정보 공유에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어차피 업계나 기공분야는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D.One TalkTocTok’ 세미나 주제 역시 디지털 관련 정보로서 Exocad 및 3Shape이나, 지르코니아 보철, 디지털 덴쳐 등 디자인 관련 총체적 과정을 모두 공유할 계획이다.

Q. 현재 기공소의 디지털 전환은 어디까지 진화했다고 보는가
박: 우선 아날로그 보철 제작 방식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보철물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여기 모인 우리만 하더라도 3D 프린터, 지르코니아 밀링기, CAD/CAM, 롤랜드, 바텍, 신도리코의 제품 등 향후에도 추가로 디지털기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 디지털도 환자에게 매우 잘 맞는다. 훨씬 정확하다. 현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디지털은 수치나 적합도나 데이터를 보면 신속히 수정할 수 있고 디자인이 어디서 잘못 됐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철물의 오차 역시 줄어들어 환자의 불만도 매우 적어졌다고 본다.

최: 나는 거의 리메이크를 잘 안 보게 된다. 리메이크가 있으면 치과와 함께 파일 분석을 해서 PPT를 만들어 보낸다. 이제는 치과와 소통을 자연스럽게 하고 위생사들도 같이 소통한다. 디지털은 이런 협업체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특히 덴쳐는 과정이 상당히 길다. 아날로그의 경우 작업자가 바뀌게 되면 아무리 좋은 재료와 술식을 쓰더라도 오차가 쌓이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은 스캔해서 완성까지 손쉬운 진행과 완성이 가능하다. 이 방식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정확한 보철물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그런 과정들을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이제는 덴쳐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 디지털이 100%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약 50% 정도는 거의 디자인 작업이다. 

최: 캐드캠을 한 지 8년 정도 됐다. 처음부터 풀지르코니아를 할 땐 고민이 많았다. 투강도가 50% 이하니까 그걸로 아무리 내가 컬러링을 열심히 해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스마일 블록이 나오면서 투강도가 51~53% 넘어가면서 그때부터는 완전히 판이 달라졌다. 모든 보철을 풀지르코니아로 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기공소를 오픈하게 된 동기도 됐다.

Q. 향후 대한민국 기공소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박: 상상 이상으로 많이 바뀔 것이다. 어쩌면, 아니 기공사의 역할이 엔지니어에 가깝게 변하지 않을까 싶다. 기공소도 이제 트렌드를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새롭게 부각되는 메타버스도 넓은 의미의 플랫폼이다. 세미나도 플랫폼화 되고 있지 않나. 이제 기공계에도 디자인 센터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마치 기공사란 직업이 사라질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또 새로운 업무가 생길 거다. 예를 들면 디자인 센터에서 보철물을 검수하는 파트가 생기거나, 디자인 파일만 검수하는 파트 아니면 위생사 기공사가 합쳐져 새로운 직군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최: 해외 영업의 경우도 디지털로 인해 충분히 진출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물론 치기공계의 인프라나 기술이 발전한 국가는 어렵겠지만 아직 이 분야 환경이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는 온라인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한 시장의 영역확장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치기공계에 더 많은 플랫폼 기업과 벤더기업이 국내에 뿌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

전: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일반 기공소는 마케팅이나 영업력이 매우 약하다.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고 인적자원을 충원하거나 시간을 들여 기공소를 홍보할 여력이 없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이나 마케팅을 통해 기공소의 자립도를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 치과기공계의 기술수준은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기공소의 경쟁력 강화와 제품, 소재의 국산화가 이뤄진다면 디지털 전환과 함께 큰 시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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