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성씨의 허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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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성씨의 허구 ②
  • 권영국 소장
  • 승인 2022.04.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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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지난호에 이어서> 
성씨가 허구인 세 번째 이유로는 조선 후기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들을 수 있다. 조선 전기만 해도 백성들은 주로 농사에 의존해 살고 있었다. 
조선 시대의 직업적인 분류는 사농공상이라고 해서 선비가 으뜸이요, 다음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고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들이나 장사치들을 가장 천하게 여겼다. 조선 시대에 우리 기공사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천한 직업군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명분과 체면만 중시하고 살았으니 대부분 극심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공명첩이 아니어도 숙종 이후 상공업의 발달로 시장경제가 활발했고 평민이나 천민들도 돈을 많이 벌 기회가 많았으니 때마침 체통만 중요시했던 양반 중 몰락하는 양반들이 속출하여 먹고 살기 위해서 족보를 파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모은 재물로 성씨나 족보를 사는 일이 많았다. 
그나마 그것도 재물이 좀 있었던 사람들의 경우였다. 조선 후기에는 워낙 가짜 족보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성씨가 허구인 네 번째 이유로는 갑오개혁과 새민적법의 시행을 들을 수 있겠다.
성씨가 혼란해진 가장 큰 이유로 이 네 번째가 될 것 같은데 1894년 우리가 잘 아는 갑오개혁으로 인해 신분제도가 공식적으로 철폐되게 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노비나 천민 중에서는 이때까지도 성씨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갑오개혁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성씨를 갖게 된다.
이때 노비들은 부모 같았던 상전의 성을 따르게 되는데 한 예로 세도가였던 안동김씨의 집안 노비 300여 명이 단체로 안동 김씨의 성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이어 1909년 3월에 일제 통감부에 의해 새 민적법이 시행되는데 이때 모든 백성의 성씨를 의무화했다.
우리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확한 인구를 파악해 새어나가는 세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그들의 계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신고를 게을리한 자는 50대 이하의 태형 또는 5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공표했으니 이때까지도 성이 없었던 사람들도 모두 성을 만들게 된다.
이때 일본의 호적 담당 서기나 순사들이 집마다 다니며 희망하는 성씨를 받았고 딱히 희망하는 성씨가 없는 경우에는 본인들이 직접 성을 붙여주는 헤프닝도 벌어지기도 하였다.
꼭 성씨를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성씨를 선택하겠는가? 기왕이면 미천한 성씨보다는 당연히 명문대가나 왕족의 성씨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때 김 씨, 이 씨. 박 씨의 성씨는 대단히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김, 이, 박 씨의 성씨가 지나치게 많은 이유도 이런 사연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들이 군대 가기 전 우리 가족은 뿌리 찾기라는 테마를 정하고 우리 가문의 뿌리인 안동을 처음 여행한 적이 있었다. 품격있는 고택 체험을 하기도 했는데 직접 느낀 안동 권씨의 위세는 상당히 대단하였다. 시조의 사당으로 가는 길에 태사길이라는 시조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 있을 정도였다.
“개도 혈통을 따지는데 왜 사람이 혈통이 없겠느냐”
자부심을 품고 군 생활이 힘들어도 꿋꿋이 이겨내라는 용기를 주기 위한 아비의 마음이었지만 저도 여러분도 자부심을 품고 있는 명문가의 혈통이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든 개인의 능력과 실력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고 우리의 조상이 누구든 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존엄하다.
이 글은 보시고 재미와 간단한 역사 지식의 충전으로 받아 주시고 누구든 절대 가문의 자존감을 꺾지 않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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