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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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이스터, 꿈이 아닌 실제가 되다 ④
  • 이상효 기공사
  • 승인 2022.04.05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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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기공계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국내 많은 기공사들이 해외 진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ZERO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치과기공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독일 진출 8년 만에 독일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
ZTM(ZahnTechnikerMeister) 자격을 취득한 치과기공사 마이스터 이상효 기공사가 ZERO를 통해 독일행을 준비한 과정부터 
실제 독일에서 기공사로 일하며 느낀 점, 마이스터 자격을 준비하고 취득한 과정을 함께 공유한다.
김민경 기자 zero@dentalzero.com

이번 이야기에 앞서 일단 아우스빌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우스빌둥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도제식 교육을 뜻합니다. 어떠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장인의 가르침을 받으며 학교에서 교육을 동시에 받는 방식인데요. 독일은 이 아우스빌둥 제도가 매우 체계적으로 잡혀있어 대부분의 기술직은 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양성됩니다. 자동차, 전기, 건축에 관련된 직종 등을 비롯해 치즈 제조, 맥주 양조 등 이색적인 직업까지 총 290여 개가 넘는 직종의 교육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치과기공도 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배우게 되는데 약 3년 6개월의 교육기간 동안 치과기공사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기공소에서 근무하며 기술을 배우고 동시에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을 직업학교에서 이론적인 내용들을 공부하게 됩니다.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나면 치과기공사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저의 아우스빌둥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 
독일의 치과기공사 육성 교육과정 Ausbildung

드디어 시작된 AZUBI(아츄비) 생활. 아츄비는 ‘Auszubildende’의

 

약자로 아우스빌둥을 하는 훈련생을 뜻한다. 내가 시작한 기공소에는 이미 내 위로 2명의 아츄비가 더 있었다. 나보다 1년 먼저 시작한 선배를 통해 배워야 할 것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모델작업과 기공물 배달. 세계 어디든 시작은 비슷한 것 같다. 
모델작업을 하면서 느낀 한국과의 차이점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대부분의 인상체가 편측이 아닌 풀아치 인상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인상체의 변형이 크지 않다는 것, 세 번째로는 정확한 혼수비와 경화 시간 등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킨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한국의 임상에서는 작업 시간의 단축을 위해 무시하고 작업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어색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 외의 작업에 있어서는 한국에서도 이미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문제는 배달에서 발생했다. 나는 1종 보통 면허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사실 한국에서 수동차량이라고는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연습했던 1톤 트럭 이후로 몰아본적이 없었던 상황인데 기공소의 배달 차량이 수동차량이었던 것이다. 1년 선배와 함께 첫 배달을 나가는데 시동을 몇 번이나 꺼트렸는지 기억조차 안난다. 붉어지는 얼굴과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식은땀. 당황한 나와 황당해하는 선배. 다행히 며칠 후에는 적응을 해 혼자 배달을 다니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진다.

모델 작업과 배달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일단 스플린트와 덴쳐 수리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작은 와이어 템퍼러리 덴쳐부터 풀덴쳐까지 점차 치아 개수를 늘려가며 치아 배열에 대해 배우게 됐다. 기공소에서 배우는 작업의 진도는 학교의 수업 내용과도 맞춰가며 진행되는데 이러한 점이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익히는 데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임상에서 배운 기술적인 내용들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을 학교에서 배우고 또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임상에서 적용하며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적으로 높아졌다. 작업을 하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다른 아츄비 동료와 이야기를 해보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족한 부분은 선배 치과기공사 또는 마이스터와의 대화를 통해 바로 해결하고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배열과 교합 등에 관한 작업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음은 파샬 프레임에 대한 작업을 배우게 되는데 덴쳐를 통해 배열과 교합에 대한 내용, 석고와 PMMA에 관한 재료적 성질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자연치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물리적 힘, 왁스와 금속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 등을 배우게 된다. 그 이후에는 크라운과 어태치먼트를 배우게 되고 마지막으로 세라믹에 대한 교육과 업무가 진행된다. 이렇게 각 보철물에 관해 배울 때에는 항상 그에 관련된 재료학적, 물리적 내용뿐만 아니라 임상 작업을 통해 많은 경험 또한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커리큘럼을 거쳐 여러 보철물에 대한 풍부한 임상 경험과 이론을 배우고 난 후 치과기공사가 되기 때문에 졸업 후에 바로 실무에서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고 파트가 다르더라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아우스빌둥을 하는 동안 나는 한국에서 배운 교육 과정과 굉장히 다르다는 것은 물론이고 두 나라의 치과기공사들의 인식 또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의 대학 교육에서는 일단 임상과 이론의 동시적인 교육진행이 어렵고, 이론적인 내용들도 독립적으로 따로 따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내용들이 연결되지 않고 전체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 대학교 졸업 이후 임상에 나오게 되면 파트를 정해 일을 하게 되면서 다른 파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작업자 사이 커뮤니케이션도 어려워지게 된다. 또 한 가지 큰 차이점은 큰 틀에 있어서의 인식 차이이다. 한국의 경우 기공의 기본을 크라운, 즉 개개치에 대한 이해로 인식하는 반면 독일의 경우는 덴쳐, 즉 전체적인 악궁에 대한 이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아우스빌둥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덴쳐 배열을 꾸준히 하는 반면 우리의 대학 생활을 떠올려 보면 과제로 방학 내내 왁스업을 했던 기억이 먼저 나는 것이 이것을 뒷받침해준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아우스빌둥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또 뿌듯했던 기억도  많았다. 한국에서 졸업 후 크라운 파트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덴쳐나 파샬 프레임은 대학교 수업 때 말고는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모든 내용들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더군다나 모든 작업과 수업이 독일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나에게 두 배, 세 배로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에는 부족한 독일어를 공부했고 학교에 가는 날이면 녹음한 수업 내용을 다시 들으며 진도를 따라가야 했다. 조별 발표 수업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같은 조원들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 밤을 새워 발표할 내용을 외우기도 했다. 
이렇게 나름대로는 열심히 생활하고 준비한다고 했지만 2학년 때 치른 중간 평가 시험에서 나는 낙제 점수를 받았다. 내가 생각했던 시험과는 너무도 다른 방식이었다. 5일 동안 치뤄지는 시험의 과제는 상하악 풀덴쳐 배열, 하악 와이어 템퍼러리, PFM을 위한 3본 브릿지 코핑, 텔레스코프와 어태치먼트 1차 크라운 조각이었다. 문제는 이 보철물들을 5일 안에 모두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제작과정을 매일 매일 수기로 작성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스스로 평가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과제물을 문제없이 완성했더라도 이 제작과정에 대한 기록과 평가가 없다면 합격할 수 없는 방식인데 나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중간 평가 시험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선배 아츄비와 기공소의 마이스터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했고 꾸준히 준비하고 연습했다. 마지막 졸업 시험의 과제는 상하악 풀덴쳐 완성, 하악 파샬덴쳐 완성, PFM 3본 브릿지 완성 후 스플린트 완성, 텔레스코프와 어태치먼트 1차 크라운 완성으로 이루어졌고 시험 기간은 중간 시험과 마찬가지로 5일 동안 이루어 졌다. 물론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과 평가 또한 작성해야 했다. 그간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했던 결과 나는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졸업 파티에서는 Amann Girrbach사에서 제공하는 기공소 전체 세미나권도 부상으로 받게 되었다. 

 

잠시 그 졸업 파티 때의 상황을 추억해 보자면 시험 결과를 발표 하던 날 과제물을 채점한 감독관이 나에게 매우 잘했다며 취업할 때 월급 협상을 잘 하라는 조언을 해줘서 점수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수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졸업 파티가 진행되고 좋은 성적을 받은 학우들이 앞으로 나가 상을 받는 동안에도 내가 앞으로 불려나가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그저 기쁜 마음으로 와인을 마셨고 얼굴엔 이미 홍조가 퍼져있는 상황. 단상의 진행자는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옆 친구와 떠들며 술을 마시느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졸업 파티에 참가한 유일한 동양인이었고 누가 들어도 동양인의 이름을 듣고는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나는 ‘왜?’라는 생각으로 앉아있었는데 단상에서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전혀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앞으로 나가 더욱 더 빨개진 얼굴로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나의 아우스빌둥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제가 이번 이야기를 쓰며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 한국의 기공사, 세계 어디에서도 꿇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졸업을 위한 시험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곰손으로 불리우던 제가 독일에서 1등의 자리에 오른 것 입니다. 한국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공사분들이 많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나아간다면 한국의 치과기공을 세계에서 인정하고 알아주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믿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우리가 미래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부심은 갖되 자만하지 않고 우리의 상황을 냉철하게 보며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교육 제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의 최대 목표였던 효율성 추구로 인해 생겨난 수직 단편적 기공 문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은 잘 살리고 보완해야 할 점은 빠르게 바꿔나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들을 현명하게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마이스터 코스를 위한 준비와 더불어 기공 외적인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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