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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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꽃향기
  • 최범진 이사
  • 승인 2021.07.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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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 같은 곳을 가면 우리 눈과 귀는 여유를 즐기게 된다. 자동차나 건물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새소리, 풀벌레 소리,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등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보통 자의에 의해서 또는 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발생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반성하듯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접하면서 살아야 한다’.

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심에 있으면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여러 요인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 발짝만 내밀어도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부터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들려오는 웃고, 울고 또 손뼉 치며 기뻐하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담은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우리의 눈은 어떠한가? 빌딩 숲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빼곡하게 군집한 건물들과 이웃집 생활이 원치 않게 보이는 아파트,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어디로 그리 바쁘게 움직이는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 때로는 계절과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불이 켜있는 지하철역 안의 모습 등. 이제는 다소 익숙한 여러 가지 광경과 소리가 우리의 눈과 귀를 잠이 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냄새도 예외는 아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코너를 돌 때마다 풍기는 진한 커피 향과 바로 달려가 한 입 크게 베어먹고 싶어지는 갓구운 빵 냄새, 저녁에는 환풍기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까지. 정말 익숙하고도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의 후각까지도 끊임없이 지배(?)하고 있다. 아마 비 온 뒤 풀 내음이나 꽃향기가 그리워지는 이유도 우리 활동 무대에 가득한 여러 가지 인위적이고 또 인공적인 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는 환경에서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주로 실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에 외부의 날씨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비단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기반으로 한 상황의 변화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면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장비나 재료에서 비롯된 소리와 냄새는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장비는 가동 시 신경 쓰이는 정도의 소리가 발생하는 것도 있고, 조용한 장비도 있다. 보철물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재료도 그 가공과 사용 과정에서 소리가 나거나 특유의 냄새가 나는 재료도 있다. 모두 의뢰받은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과정에 따라오는 결과인 것이다.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가 있다. ‘꼬마 자동차 붕붕’이라는 만화였는데,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작은 자동차였다. 이 작은 자동차는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붕붕’이로 또 다른 주인공인 남자아이 ‘철이’와 함께 세계 일주를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을 만나 어려운 일을 풀어가며 엄마를 찾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이 만화에서 가장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아무리 힘든 상황과 과정에 맞닥뜨려도 우리의 주인공 붕붕이는 꽃향기만 맡으면 엄청난 힘을 낸다는 것이다. 참 특이하고 정말 만화에서만 가능한 설정이다. 끝이 안 보이는 사막을 지날 때도, 엄청 추운 극지방을 지날 때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붕붕이는 꽃향기만 맡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붕붕이가 맡는 꽃향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도 상황을 대입 시켜 다시 해석해봐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꽃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단순히 위안과 평안을 얻기 위한 꽃향기가 아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를 다시 달리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높은 연봉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바쁜 중에 지인이 조용히 책상 위에 올려주는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업무 끝나고 동료들과 시원하게 마시는 생맥주 한 잔이 그러하다고 할 것이며, 매일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직장 동료나 소장님의 진심 어린 인정과 격려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모두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지칠 때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요소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있다. 단순히 개인의 워라밸만을 위한 것이 아닌 행위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을 본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지금 하는 일에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을 때, 다시 집중하고 완성하고 또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꽃향기는 분명 존재한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신나게 달리게 만드는 꽃향기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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