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조선왕릉에 대한 ‘스토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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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조선왕릉에 대한 ‘스토리’를 아시나요?
  • 권영국 소장(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
  • 승인 2021.06.0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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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이번 6월호에는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조선왕릉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조선왕릉은 우리나라의 문화재 분류 중 기념물인 사적에 포함된다. 왕가의 무덤은 ‘능’. ‘원’. ‘묘’와 같이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참고로 신라의 천년 수도였던 경주에 가면 어마어마하게 큰 무덤들을 볼 수 있는데 규모로 보아 왕릉인 것 같긴 하지만 그곳에 잠들어있는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무덤을 ‘총’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총 42기가 있다. 그 중 두 기는 북한의 개성에 있으며 서울 근교에 40기가 보존되어 있다.
북한에 있는 두 기는 이성계가 개경에서 조선을 개국하고 한양에 천도하기 전 별세한 이성계의 원부인인 신의왕후 한 씨의 능과 조선의 두 번째 왕인 정종 내외의 능이다.
정종은 태조의 다섯째 아들인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실권을 장악한 후 징검다리 왕의 역할을 하고 3년 간 재임한 후 물러나 북한의 개경에 거주하다 승하했기에 개경에 그의 능이 조성된 것이다.
왕릉의 조성은 당시의 법에 의해 도성의 십 리 밖에서 백 리 안으로 조성하게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왕이 참배하러 갈 때 하루 만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를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백 리 밖에 조성된 능이 두 곳이 있으니 우선 제일 멀리는 강원도 영월에 있는 장릉인데, 숙부인 수양대군 세조에 의해 폐위된 후 영월로 유배된 뒤 사사된 비운의 왕인 어린 임금 단종이 잠들어있다. 
또 하나는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이 묻혀있는 영릉이다. 영릉은 여주의 터가 워낙 좋은 길지라고 해서 서울 근교에서 이전됐다고 한다.
왕릉을 가보면 대부분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다. 입구에 홍살문이 있고 참도를 지나 제를 지내는 정자각이 있고 그 위에 여러 석물들이 호위하며 큰 능이 조성돼 있다.
사실상 조선왕릉은 도굴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석실 내부가 단단한 석회로 두껍게 봉해져 있어 굴삭기로도 부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도굴을 당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는데, 유일하게 침탈당한 왕릉이 두 곳 있다. 바로 조선의 9대 왕 성종과 그의 비가 묻혀있는 선릉과 11대 왕 중종이 잠들어있는 정릉이다. 이를 합해서 ‘선정릉’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 근처에 있는 바로 그 왕릉이다. 강남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선정릉은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도굴을 당하게 되는데. 그들이 어떻게 그 단단한 회벽을 뚫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선정릉은 42기의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비어있는 무덤이다.

현재 남한에 있는 40기의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 유네스코 선정 위원들에게 그 많은 왕릉을 다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두 곳을 선정해서 보여주었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선정릉이다.
그 비싼 테헤란로의 금싸라기 땅과 거대한 빌딩숲 한가운데 개발을 하지 않고 능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곳은 단종이 묻혀있는 장릉이다. 개인적으로 참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되는데, 서울에서 영월까지는 교통이 막히지 않아도 족히 3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다. 장릉으로 가는 3시간여는 유네스코 선정 위원들을 상대로 비운의 왕 단종의 서글픈 스토리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꼼짝없이 차 안에 갇혀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보통은 유네스코 위원들이 현장을 가보고 긴 시간동안 심도 있게 심사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단종의 장릉을 가보고는 단 15분 만에 등재시켰다고 한다. 이는 유네스코 역대 최단시간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의 큰 성과인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문화재나 조선왕릉을 찾아보는 더 큰 이유는 그 시대의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능에 잠들어 있는 그분들의 스토리를 알고 방문한다면 ‘그 옛날 누군가의 무덤이겠지’라고 단순하게 여겨지던 생각에 애잔한 마음이 생기고 사랑의 마음까지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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