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peech]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두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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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Speech]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두 의인
  • 권영국 대표
  • 승인 2021.01.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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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후손들은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들의 지나온 삶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 치과기공사로서는 드물게 역사 관련 자격증을 가진 권영국 베스트라인치과기공소장(비전포럼 명예회장)의 색다른 역사 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우리가 과거 선대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상세히 알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의 기록문화가 잘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조선 왕실의 역사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한 책이 전해지고 있다.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역사서 중에서는 가장 정확하고 정통성 있는 기록물이며 정사로 이해하면 되겠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총 1,893권 888책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렬로 쌓으면 아파트 12층 높이를 이루는 실로 방대한 양이다.

실록은 임금이 승하하면 다음 왕 때에 비상기구인 ‘실록청’이 설치돼 여러 사관이 쓴 사초와 비서실의 기록인 승정원일기, 각종 상소문 등을 규합해 작성하게 된다. 조선의 임금들은 선왕들의 스토리를 어떻게 써 내려갔는지 궁금해하며 살펴보려고 했지만,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 재위 기간에 실록을 열람한 임금은 아무도 없었다. 실로 조선 왕조의 일급 기밀문서라고 볼 수 있겠다.

 

세종대왕은 이 조선왕조실록을 전쟁이나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하고자 전국 네 곳의 사고에 나누어 보존케 했다. 이 네 곳의 사고는 한양 도성의 춘추관을 비롯해 청주사고, 성주사고와 전주사고로 네 부씩 발행한 실록을 각각 한 권씩 분산해 보존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선조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왜적이 순식간에 한양까지 점령해 버려 부산에서부터 올라오는 길목인 성주사고와 충주사고, 춘추관에 있는 사고까지 모두 불타 없어지고 오로지 전주사고만이 남아있게 됐다.

당시 왜적들은 임금이 있는 한양까지 무혈입성했으나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육지에서는 의병들의 선전으로 보급로가 막혀 자체적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들은 곡창지대였던 호남지방으로 군사를 몰아갔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주사고도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다.

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 전주사고에 있던 실록을 구한 의인이 있었으니, 전라도 태인(현재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의 평범한 선비였던 ‘안의’와 그의 친구 ‘손홍록’이다. 교과서에는 그들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기에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고로 오늘은 그 두 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읍에 사는 한 선비의 가족도 왜적들이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피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의 가장인 선비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가족들은 혼자 도망간 것이라 짐작해 선비를 원망하며 피난길에 나섰다. 그 후로 선비의 행적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가족은 피난 후 1년여 만에 다시 집으로 귀향했는데, 얼마 후에 그들의 가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가족들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고 얼마 후 놀랍게도 그 선비에게 선조의 어명이 전달되었다.

 

“안의는 어명을 받들라! 그대에게 종6품의 벼슬을 명하노라.”

그렇다. 선비 안의는 전주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친구 손홍록과 힘을 모았다. 우마차와 사람을 사서 극비리에 고향 정읍에서 30리나 떨어진 내장산 깊은 동굴에 사고에 있었던 국보급의 실록과 삼국사기 그리고 태조의 어진을 옮겨 숨겨 놓은 것이다.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라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국가 보물을 지켜내기 위해 장소를 옮겨가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애를 쓰면서 실록을 지키다가, 일 년이 넘는 무려 383일 만에 안전하게 나라에 인계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조선 전기 200년의 기록은 정확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피난의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더 큰 가치를 생각했던 두 의인. 일제강점기 때 피를 뿌렸던 독립군을 포함해 이런 부류의 의인들에 의해 세상의 정의는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오로지 이기심에 사로잡혀 전체야 어찌 되든 내 것만 챙기고자 하는 지금의 세태에, 큰 경종을 울리는 두 의인의 스토리에서 교훈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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