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이해하는 그리고 이해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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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이해하는 그리고 이해하려는
  • 최범진 박사
  • 승인 2020.09.2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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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의 관계는 과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끝없이 지속되는 부분이다.

작게는 개인 간 인간관계의 단절로 끝나거나 반대로 해묵은 오해가 풀려 절친 관계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이나 평화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오해와 이해 그리고 이해와 오해의 관계를 제 3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예능 관련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TV를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는 연예인 부부 특히, 개그맨과 개그우먼 부부간의 생활을 재미있게 다루는 것도 있다. 이혼 1호가 될 수 없다는 전제가 기본으로 설정되고 그네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의 과정을 보며 단순히 재미만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부부 사이의 이해와 화해를 위한 해법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가 아니고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는 부부의 조합이라는 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 안에는 일반인 부부와 같은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어 기혼자는 물론 아직 미혼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가정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적이든 공적이든 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된다.
테두리는 분명 다르지만 관계된 사람과의 크고 작은 부분에 있어 많은 인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산에 가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칡넝쿨이다. 길게 뻗은 넝쿨이 땅 위에 늘어져있는 경우도 있지만 높게 뻗은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 높은 가지까지 감고 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식물의 넝쿨이 무엇인가를 감고 있는 모습은 비단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원에 가면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설치된 의자와 테이블을 볼 수 있고 그 기둥과 지붕을 등나무 넝쿨이 감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학창시절 치기공과 건물 밖에 학생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 기둥과 지붕 부분을 등나무 넝쿨이 빼곡하게 감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칡과 등나무 모두 넝쿨이 길게 뻗어 주면 나뭇가지나 기둥을 감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두 식물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칡은 산에서 자라고 등나무는 평지에서 자란다. 서로의 영역이 다른 것이다. 칡과 등나무의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칡은 왼쪽으로 감아서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서 기둥을 오른다. 그래서 칡끼리는 뒤엉켜도 같은 방향으로 오르기 때문에 얽힘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고, 등나무끼리도 그런 이유로 같은 방향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칡과 등나무의 넝쿨이 같은 나무나 기둥을 감고 오른다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고 오르기 때문에 두 식물의 넝쿨 간 충돌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 칡넝쿨과 등나무 넝쿨에서 비롯된 한자어가 있는데, 칡을 뜻하는 갈(葛)자와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자이다. 우리가 개인끼리 또 집단끼리 충돌과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칡과 등나무가 생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두 식물의 넝쿨이 같은 나무를 감게 될 일은 거의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둘 다 발전적인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치과기공 업무를 하면서 치과기공소라는 같은 공간 안에서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연계된 파트나 부서 사이에도 갈등이 생길 수 있고, 같은 파트 내에서도 동료 간의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조금 더 범위를 확대해보면 환자의 진료를 담당해야하는 Chair side와 보철물의 제작을 담당해야 하는 Lab side 사이에도 갈등이 발생하곤 한다. 산과 평지로 나뉜 영역적인 조건을 고려한다면 두 가지 식물 사이에는 발생할 수 없는 현상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발생하게 된다. 업무의 연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영역을 잘 지키면 이러한 갈등 요소는 분명 줄어들겠지만 발생될 수 있는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은보철물 제작과 진료, 진료와 보철물 제작의 관계상에서 각 영역에 충실한 업무의 실천과 충분한 정보의 공유이다. 그리고 서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갈등의 요인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발생될 수도 있는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임은 자명한 것이다.
오늘도 잠시 커피 한 잔을 들고 학창시절 등나무 아래서 석고 블록 카빙을 하며 밝은 미래를 그려보던 시기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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