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홍엽(紅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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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홍엽(紅葉)
  • 최범진 미라클디지털덴탈아트센터장
  • 승인 2018.10.1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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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디지털 덴탈아트 센터장

‘홍엽’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붉은 잎사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풍의 의미이기도 하다. 아침과 저녁으로 날은 더욱 선선해지고, 낮에 내리쬐는 햇볕도 한여름의 열기를 품지 못하고 따스한 느낌만 우리의 피부로 전해지게 된다. 봄에 나뭇가지에서 새로 돋아난 잎사귀가 뜨거운 여름까지 진녹색의 색상을 가지고 넓게 펼쳐져 강한 햇빛을 가리는 훌륭한 양산이 되었다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는 초록색을 띄는 잎사귀안의 녹색 색소인 클로로필이 파괴되어 그 안에 같이 내재되어 있던 붉은 색이나 노란색 또는 갈색을 띄는 크산토필이나 카로티노이드 같은 색상이 초록색을 대신하게 되면서 단풍색이 드러나게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는 기온으로 길옆의 이름 모를 잡초부터 아름드리 나무까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해 흡수하는 수분의 양이 줄면서 엽록소의 파괴는 더욱 가속도를 붙이게 된다.
이렇게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를 동서고금의 많은 문학가나 예술가들은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설명하고 또 표현해 왔다.
특히,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마치 사람의 일생과 비유하여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기도 했다.
온갖 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의 색을 보면서 아름답다라는 표현과 동시에 한 계절의 끝이며 또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계절의 시작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이나 방법이 요즘에는 조금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의학을 포함한 문명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연장되었으며, 단순히 생명 연장의 의미를 넘어 누구나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가을 다음에 겨울이라는 계절의 의미를 마지막이 아닌 인생 제 2막의 전개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기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가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치과 기공사의 일을 시작하자면 누구나 대학에서 일정 과정과 학업을 이수하고 치과 기공사 면허시험 응시의 자격을 얻어 합격하여 면허증을 받고 정식으로 치과 기공사 업무를 시 행할 수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또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자신의 직업적인 적성과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심분야나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조금 더 무게를 두어 노력하게 된다.
그것을 사회 초년시기에 발견하게 되거나, 혹은 그 전에 발견하게 된다면 조금 더 일찍 자신의 관심분야에 힘을 실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치과 및 치기공 업무분야에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Digital Dentistry의 새로운 물결은 과거 Hand-work 위주의 업무에서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 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통해 초록색 외투를 입고 있는 내 안에 다른 색상의 옷을 입고 있는지 더 쉽게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겠지만 적성과 발전가능성 그리고 개개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빠르게 알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이다.
Digital work flow가 우리가 하고 있는 치기공 업무에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 과거 오랜 시간이 걸렸던 부분의 업무 특성을 더욱 쉽게 알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록색 외투안에 불꽃보다 더 빨간색의 옷을 입고 있는지, 병아리보다 더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니면 짙은 고동색의 옷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관심 있는 분야와 또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사회에 진출하여 임상케이스를 다루면서 자신이 외투 안에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그 옷에 걸맞는 노력을 분명 해야만 한다.
붉은 색은 더욱 붉게 노란색은 더욱 노랗게 그리고 고동색은 더욱 진하게, 소위 자신의 칼라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가을에 나뭇잎들이 초록색의 옷을 벗고 내재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지만, 우리 치과 기공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 초년생시절 누구나 비슷하게 보이는 초록색 외투는 그 안에 자신의 진정한 색깔을 잠시 가리고 있는 것임을 알고 그 외투를 벗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향기 짙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문으로 보이는 뒷산의 단풍을 보며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어떤 색깔의 옷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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