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LETTER] 다음에 밥 한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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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LETTER] 다음에 밥 한번 먹자
  • 최범진 미라클디지털덴탈아트센터장
  • 승인 2018.08.1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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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디지털 덴탈아트 센터장

행사나 모임 등에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그간 안부 등을 물어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각자의 길을 가야할 시점이 되면 일반적으로 “다음에 연락할게,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멘트를 끝으로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과거에 행사장에서 만났던 어떤 지인은 미팅후 며칠안돼 연락이 왔다. 밥같이 먹자며 왜 연락을 하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지인의 연락 덕분에 미안해하며 스케줄을 확인하고 만나서 저녁식사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각자의 시간과 업무관계로 인해서 실제 미팅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인사의 의미로 해석해 SNS 등을 이용해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생각해보니 지인 중에 밥 먹자고 해놓고 연락이 없다고 급기야 화를 냈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서로의 시간과 생활로 인해 실질적인 만남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문장에 여러 의미를 담아 전달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밥 같이 먹자라는 의미는 “나는 당신과 언제든지 식사를 하면서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친한 사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의 의미 즉, 문장의 맥락이 어떤 것이냐가 바로 인간관계의 수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맥락(脈絡)’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맥락이라는 부분을 인간관계의 범주 안에서 재해석을 한 경우가 과거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던 경우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 드 홀(E.T.Hall)의 연구이며 이것은 동양과 서양,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인간적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에드워드 홀의 연구내용 중 핵심문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고맥락 저맥락’이다.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지만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의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에 예로 들었던 “언제 같이 밥이나 먹자”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부분이며 주로 언어표현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범주의 고맥락 저맥락 문화의 예는 주로 아시아권과 북미권, 북유럽과 남유럽 등이 대표적인 차이를 보이는 지역이며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의사소통이나 유대 관계 등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언급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주로 아시아권과 북유럽 지역에 속하는 고맥락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들 중 몇 가지는 상대방이 이미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구체적인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우선시하고 눈치와 직관이 의사소통에 기본적 설정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설명문 같은 자세한 부분에 언급이 생략된다는 것이다. 소위 흔한 대화 중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그냥 알고 있는 거지!” 등이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저맥락 문화권의 특징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의미 전달이 말이나 문자에 크게 의존하며 매우 상세하고 자세한 그리고 구체적인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원인으로 인해 화가 난 여자친구에게 괜찮냐 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괜찮다는 말 이면에는 “내가 진짜 괜찮아 보이냐? 이 눈치 없는 사람아!”의 의미가 더 클 수도 있다. 특히 여성들의 언어문화는 그냥 고맥락의 문화가 아닌 초고맥락 문화라고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어와 문장에 이중 삼중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런 부분을 이해해야 비 로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한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다.
우리가 일하는 기공소나 기공실에서도 이런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소장님이나 파트 대표가 야근을 하는 상황에서 직원이 먼저 퇴근한다고 이야기하면 고맥락 문화권에 속해있는 소장님의 경우 “응, 오늘 수고했어...... 얼른 들어가”라고 답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나는 직원의 퇴근시간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사람이야”라는 의미와 “나는 야근하는데 눈치없이 진짜 퇴근하는 거냐”등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서 일부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답변 이면에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경우로 받아들이는 고맥락 문화에 익숙한 사람과, 문장 그대로의 의미로 해석하는 저맥락 문화에 익숙한 사람의 입장에서의 해석은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조금 센스있는 사람이라면 두 번, 세 번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의미를 인지하기도 할 것이다.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 중 어떤 것이 맞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를 예로 들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다른 세대의 성향과 분위기를 서로 인정하고 또 이해하는 마음을 먼저 갖는 것이 기공업무를 하면서 서로 조화와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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