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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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범진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 승인 2018.02.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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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센터장
-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졸업
- 단국대학교 대학원 구강보건학 박사
- 치과기공기재학회 부회장
- 미라클 임상연구 센터장

퇴근길에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애청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진행자가 라디오 청취자가 보내준 사연을 읽던 중 “워라벨” 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처음엔 “무슨 라벨? 라벨터치?” 뭐 그런 친숙한 사무용품 중 하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싶어 새로 나온 상품 이야기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멘트에 삶의 질, 여가시간, 가정의 행복 그리고 자신의 꿈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높일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의 설명인즉슨, 워라벨은 영어 ‘Work - Life - Balance ’의 줄임말이며 최근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워라벨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있었는데 요사이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구직과 선택의 기준들 중 하나가 되고 사회적 분위기(?)라는 부연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덧붙여 워라벨은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들의 구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에 게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더 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에 당연시되던 야근 대신 가족들과의 따뜻한 저녁식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 사용에 부담을 갖지 않고, 회식도 건전하게 마무리하는 등 경력과 직급 같은 조건을 떠나서 자신의 시간과 여유를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 과거보다 사회적 국제적 소통의 루트가 다양해지고 나라별 지역별 근무 조건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쉬워진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일반 사무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문제로 간간이 회자되고 있는 구인, 구직난의 동시성 또한 이러한 현상을 일정 부분 대변하는 현상의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치과 기공소를 운영하시는 지인 소장님께 같이 일할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구인 사이트를 통해 근무조건과 업무분야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을 구하는데 이력서가 들어오기 전에 전화로 근무조건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한 문의를 꽤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력서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후에도 근무조건 등을 물어보는 문의전화만 상당수 받았고 급기야 주변 지인들에게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지인들에게도 근무 조건이 좋은 기공소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 치과 기공소나 치과기공실에서 일하던, 일반적(?)으로 인식되던 조건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근무 조건을 이야기하며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다. 그 예로 주 40시간 근무와 법정 공휴일과 상관없는 토요일 휴무, 보장된 연차 사용, 책정된 기본급 기준의 연 2회 명절 상여금 등 불과 5~10년 전과는 크게 생소한 조건들을 이야기해서 조금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다. 내가 처음 치과 기공일을 시작하던 시기가 생각나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와 기공소를 운영하는 대표의 의식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초년생 치과기공사들의 생각 자체가 과거와는 분명 달라졌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조건과 상황의 변화가 하나의 사회적 이슈와 작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워라벨 현상의 한 부분이며 직장의 근무조건과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분위기의 한 표현일 것이다.

일반적인 사무직과는 달리 특수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치과기공사의 경우 업무 특성상 치과보철물의 납기일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거래처의 유지와 이윤 추구는 물론 치과기공소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조건 중 하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부분이다. 직장의 근무여건과 구직자들의 요구조건들 사이에서 어떤 부분의 절충과 정리가 필요할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명확해지고 그 차이가 좁혀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직장에서의 업무가 개인의 생활보다 더 중시되던 시대에서 개인의 생활이 더 중시되는 시대로 급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하고 있는 직장과 직업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 내 업무와 개인의 생활 두 영역의 적절한 조화는 분명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비율이 어디가 높고 낮은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밸런스를 맞추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재화를 창출하여 이익을 내고 그것으로 급여를 받고, 받은 급여로 개인의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직장인의 생활 패턴일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중 하나로 직장과 직업에 상관없이 워라벨(Work - Life - Balance)을 반영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치과 기공사만의 적절한 방안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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